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거

빈티지, 오래된 것에서 오는 특별함

by Matomato 2024. 7. 3.
반응형

 

  나는 빈티지를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으로 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아빠와 같이 방문한 남포동 국제시장 뒷골목을 누비며 들어가게 된 구제가게들이었다. 지금은 온라인거래가 아주 활발하지만 그 당시 부산에서는 남포동이 빈티지의 왕국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돈은 없는데 좋은 옷은 사고 싶고 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는 점에 이끌려 빈티지 의류를 사기 시작했다. 요즘은 확실히 빈티지와 세컨드핸즈를 구분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냥 구제샵이었다(지금도 사실 빈티지보다는 세컨드핸즈샵이 더 많은 게 사실이긴 하다).

 패션에만 국한돼서 얘기되고 있지만 빈티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포도주의 수확 연도를 의미하는데서 어원이 오게 되었는데 디자인이나 상품에 있어서는 시대를 대표하거나 전성기의 상품을 의미하기도 한다. 클래식과는 또 다른 의미를 주는데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을 말한다면 빈티지는 그 시대상을 대표하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와 70년대 락스타 같아, 고전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라는 말은 그 시대를 대표할법한 모습일 때 하는 말인 것처럼 말이다. 

 

 

 유럽의 경우 오래된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빈티지마켓이 활성화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보존하고 유지해 나가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의 민족이다 보니 새것과 신상을 너무 좋아하고 늙은이가 하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핸드폰도 수시로 바꾸고 옷을 입다 버리는 것처럼 너무 막사는 것 같은 경향이 많다. 유행을 좇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서 빈티지조차 유행하고 있다는 게 웃프다. 빈티지가 유행하는 바람에 가격은 천정지수로 높아지고 더 이상 빈티지의류가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예전에는 즐겨 찾는 빈티지샵이 있었는데 요즘은 빈티지샵조차 유행처럼 많이 생겨버려서 물건이 분산되는 건지 자주 가는 가게에도 물건이 예전 같지 않아서 쇼핑하는 재미가 줄어든 거 같다. 유행 때문인지 세컨드핸즈샵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그냥 중고옷가게들이 즐비하게 생겨버렸다. 더 이상 가치 있는 옷이라던가 의미 있는 제품을 찾는 게 무색해진 거 같아 씁쓸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옷은 있을만한 거 다 있고 다른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자그마한 소품들부터 특히 가구들은 시대적인 디자인이 반영된 것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전에 영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빈티지가구들로 채워둔 카페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에 2번씩 가구에 왁스칠을 해주는 게 주 업무였는데 그 시간이 나에게는 되게 의미 있었던 것 같다. 고객분들도 가구를 탐내기도 하고 살 수 있는지 여쭤보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 그때 당시에도 매장한 켠에 로코코양식의 벽난로가 있었는데 양식에 따라 건축적 요소가 달라진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요즘 소소하게 관심가지는 것들로는 조명이 있는데 간접조명을 좋아하는지라 80년대에 유행했던 멤피스스타일의 조명들을 아주 재밌게 눈여겨보고 있다. 종종 잘 꾸며진 가게에서 보이기도 하는 멋진 글라스형태의 조명들도 눈이 가긴 하지만 강렬한 원색들의 대비를 주는 멤피스스타일의 램프들을 보고 있으면 램프를 모으는 재미도 있겠구나 싶어 요즘 가장 사고 싶은 쇼핑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제품이다. 

 빈티지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오게 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취향이라는 걸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들이 다해서가 아닌 나에게 어울리는 걸 찾고 자기의 매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물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물건을 내가 아니면 누가 아껴주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