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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느낀거

[북리뷰]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by Matomato 2024.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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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이 책의 지은이가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이라는 점이 가장 눈길을 이끄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그레타 툰베리의 책이 아니다. 툰베리-에른만 가족의 책이다. 한 가족이 같은 뜻의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일까. 

 환경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들을 섭렵해 가는 과정에서 우연히도 알게된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책이 있어서 환경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었다가 머리를 쾅하고 맞게 된 책이었다. 단순히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툰베리가족의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면 그건 그레타와 베아타 그리고 엄마인 말레나의 정신적인 질환들과 기후변화다. 

 흔히 ADHD라고 불리는 질환은 Disorder, 즉 장애로 이름지어져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명이 확립되고 알려지게 된 시기는 사실상 채 50년도 되지 않은 90년대에 명명된 병명이며 현재에 들어 병명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Russel Barkley 또한 이 병은 정신질환도 병도 아니다. 뇌질환이다라고 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ADHD가 아닌 ADHS, 즉 Syndrome으로 명명하는 점이 아주 좋았다. ADHS와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레타, 마찬가지로 ADHS와 강박증 및 미소포니에 Misophonia(특정한 소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경병증)를 앓고 있는 베아타, 그리고 45세에 ADHS를 진단받는 오페라가수이자 엄마 말레나까지 전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스톡홀름까지 운전하고 딸아이와 콘서트를 갔다 올 수 있는 아빠 스반테까지 너무 멋진 가족이다. 

 

  환경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최근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ADHS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ADHD라는 이름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장애라는 단어 때문에 주로 받게 되는 오해이다(정말 이름하나 기똥차게 지어놨다). 초기조사에 따르면 남자아이만을 대상으로 하여서 생긴 문제도 있으며 여성과 남성에게 있어 이 병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향, 그리고 여성이라는 특성상 속으로 감추려는 경향 때문에 여자아이들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에 예민덩어리가 되어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문제없겠지라고 치부되어 버렸다는 점, 시대상 상대적으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주목을 덜 받아왔다는 점 등.

 심지어 내가 자주 보는 유투브 채널 중 닥터프렌즈에서 인류의 역사상 ADHD는 오랫동안 살아남아왔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생각이 많고 회전이 빨라 늘 긴장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인간이 최약체로 살았던 생존시기에 있어 부족의 다른 인간들보다 위협을 빨리 알아차리고 반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부족의 족장으로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이낙준선생님이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럴싸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 또한 30살에 처음 ADHD를 진단받았다. 근4년째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상태로 처음으로 뇌파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결과가 너무 뜻밖이라 선생님이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이건 전형적인 ADHD의 뇌파결과인데 자기가 느끼기에 나는 전혀 그런 환자가 아니라며 부정하셨다. 하지만 검사결과상 ADHD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하셨지만 나는 뭐라도 잡고 싶었다. 3시간 가까이 되는 검사를 통해 ADHD라는 진단을 받았고 오히려 후련해졌다. 평생을 걸쳐 설명할 수 없었던 나의 문제들이 퍼즐처럼 맞혀지는 기분이었다.

 어린시절의 나 또한 베아타처럼 강박증이 있었는데 가족들조차도 나와 식기를 공유할 수 없었다. 유별난 애라고 욕을 처먹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수저 나의 물컵을 지켰다. 책가방에는 물건을 넣는 순서가 있었고 2주에 3권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일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과였다. 방학숙제를 내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기한을 참을 수 없어서 방학이 시작함과 동시에 끝내버렸다(그러지 않으면 방학 내내 나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나의 예민함은 감각적인 부분에도 한몫했는데 엄마가 나물의 물기를 덜짜고 무치면 물 내가 나서 못 먹는다고 했다. 엄마가 생선을 잘못 굽거나 고기를 잘못구우면 누린내가 나서 못 먹는다고 했다. 반찬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 또한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는데 항상 식탁에서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도 식탐이 굉장해 먹기는 많이 먹어서 상대적으로 깨작깨작 먹는 언니에 비해 덜 혼났을 뿐이다. 

 학교생활에서도 이런점들이 계속 됐는데 짝지의 지우개가루조차도 내 책상에 넘어오는 걸 참을 수 없었고 쉬는 시간에 내 자리에 누가 앉는다는 게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대학은 더했다. 개강총회라던가 신입생을 위한 자리 때문에 처음 가게 되었을 때 다 같이 먹는 찌개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고 빈자리에 앉으라는데 내수저랑 내 술잔은?? 이건 다른 사람 건데 어떻게 써? 그냥 집에 가버렸고 그 이후로 그 어떤 대학모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은 더했다. 특유의 유한 성격과 잘 웃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때문에 처음에는 늘 그렇듯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따로국밥처럼 굴었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사적인 범위에서 까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닌 걸 알아도 맞다고 맞장구 쳐주고 점장님이 좋아하는 남자직원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점장님한테 미움을 받았다. 심지어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시고 그 남자직원도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었다. 너무 내 얘기가 길어지는 거 같아 이건 다음에 더해야겠다. 

 

 

 다시 기후변화의 얘기로 넘어오자면 지구온난화를 넘어서 이미 지구는 Boiling이 접어들었다고 한다. 사람은 조금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고 기계는 수리받으면 된다. 더이상 의학의 힘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인간은 죽는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기계는 폐기된다. 그럼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이미 심각한 병을 앓고 있고 처치가 필요한 상태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뭘까? 마치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 발암물질을 쑤셔 넣으면서 될 대로 되라고 하는 격이 아닐까. 그것보다 좀 더 심각하다. 내 몸 하나에 대한 비유지만 지구는 수십억 수백억의 생명체와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들로 인해 그보다 더한 상태이다. 

 유엔에서 1992년 리우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 회의가 열린 그날로부터 우리가 달라진건 뭘까? 노벨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최초로 지구의 기온상승문제를 일으키는 온실효과를 발견해 낸 사람인데 1896년 그가 쓴 <대기 중 탄산가스 농도가 지구 표면 온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예상했던 지구온도의 상승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일치한다. 하지만 그가 예상한 건 2000년 후였지 고작 130년 후가 아니었다. NASA출신의 제임스 한센은 자연의 변화가 아닌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수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99퍼센트라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특히 2003년생인 그레타의 주장이 아주 인상깊은 대목이 있는데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요.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잘못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말은 틀렸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 개의 기업들이에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어요."

"너희 세대가 이 세상을 구할 거다. 너희가 우리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모든 것을 올바르게 돌려놓을 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휴가철이면 비행기를 타고 놀러 가시죠. 너희가 세상을 구할 거다. 감사합니다. 잘 들었어요. 하지만 어른들도 좀 도와주시면 좋겠네요."

"진실이 이제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상품이 되어 버렸기 떄문에요."

 

 비단 환경뿐만이 아니다. 결정권을 가지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그들의 배를 부풀려주는 경제순환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몸에 나쁜 걸 알지만 그걸 먹어야 의료분야 기업이 망하지 않고 제약회사가 돈을 벌고 국가가 돈을 벌고 식약청과 온갖 허가청들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수십여 종의 곤충이 사라지고 덕분에 수십여종의 조류가 사라지고 보호종은 자꾸만 늘어나고 멸종위기종도 늘어만 가는데 마치 인간은 괜찮은 것처럼 말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인간도 위험하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변화는 날씨가 미쳐 날뛰는 정도가 아니란 말이다. 환경변화로 인해 생겨난 우리는 알 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들과 질병들에 둘러싸이게 되고 비행기 한 번이면 쉽게 오갈 수 있는 나라들 덕분에 국경이 무너져버린 덕분에 질병의 전파는 세계적이며 속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는 약을 만들고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감수하고 공기청정기를 틀고 에어컨을 틀며 괜찮다고 말하지만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의 모습들이 비단 외계인이 아닌 미래의 우리의 기형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유전자조작식품을 먹고 온갖 약품에 절어있는 고기들을 먹고 대체식품들을 먹고 방사능에 노출되고 미래에는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반응을 일으킬 질병들이 도래하게 된다면 인간은 과연 지금의 모습일까? 

 

  이 이야기는 그레타가족의 이야기지만 책의 내용이 이랬어가 아닌 끝없이 생각하고 반문하게 되는 책이다. 지금의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사회인지, 미래의 인류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아니 미래의 나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 말이다. 화성에 가서 산다는 일론머스크의 꿈이 실현되기 이전에 지구가 망가져버린다면? 일론 머스크는 돈이라도 많아서 화성 가서 살 시도라도 해보겠지만 나는 꼼짝없이 이 지구에 살아야 되는데 막막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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