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쯤 읽었던 책에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지구반대편에는 굶어 죽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소가 먹을 곡식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와 그 소가 일으키는 탄소가 연간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20살 무렵 나는 채식을 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라는 장벽이 힘들었다는 핑계도 있고 나하나한 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는 생각이 지치게 만들었다. 조금 남다를 수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덕분에 넷플릭스가 나한테는 꽤 쏠쏠하게 재밌는 편이다. 여러 가지 다큐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먼저 소개해보고 싶은 다큐는 What the Health다.
다큐를 제작한 제작자는 건강염려증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 세대와 조부모님 세대에서 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지병을 앓기도 하시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건강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큐를 제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예전에 내가 읽은 다른 채식 관련 책에서 보았던 아스파탐에 대한 얘기들처럼 거대산업들의 횡포들이 낮낮이 밝혀진다(아스파탐으로 말하자면 단순당인 설탕을 대체하는 당류로 지금 우리가 먹는 제로음료들에 들어있는 수크랄로스라던가 에리스톨이라던가 하는 성분과 비슷한 역할을 해오던 성분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과정에서 통과기준에 미달하는 성적이 나온 데다 인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성분이었지만 당시 이를 승인하고 통과시켜 준 미국식약처의 직원이 다음 해 아스파탐의 제약회사의 이사진으로 들어가 있더라는 그런 이야기).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공육을 담배와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를 했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가? 더 많은 가공육과 가공식품들에 절어있다. 여전히 우리는 영양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탄수화물을 줄이라며 닭가슴살을 먹이는 퍼스널트레이너들과 운동을 한다. 세상이 좋아져 우리는 선택권이 넓어졌고 아주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전병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들 쉽게 생각하는 유전질환들에 대해서 시각을 바꿔주는 부분이었는데 물론 내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이 유전적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나에게도 일어날 확률이 높은 유전인자를 내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물려받는 건 단순히 세포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과 생활습관들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고 자라다 보니 가족들은 같은 음식을 먹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님이 해주는 대로 먹다 보니 나의 부모님이 먹었던 음식으로 인해 걸린 질병이라면 나도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요즘은 많은 아이들이 소아비만과 성조숙증과 같은 질환들을 앓고 있는데 먹는 음식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맞다. 우리는 성장촉진제를 맞은 소와 돼지들을 먹고 일전에 읽었다고 했던 책에서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부분 중 하나인 다커서 남의 젖까지 뺏어먹는 건 사람밖에 없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송아지가 소가 되는데 불과 2,3년이라는 시간만에 거대한 성체로 자라나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소젖에 들어있는데 그걸 우리가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들은 성장촉진제와 각종 GMO식품으로 자라난 소이며 젖을 짜기 위해 존재하는 소이기 때문에 그들이 젖이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다큐에 나오는 부분에서 치즈는 소고름덩어리라고 표현하시는데 씁쓸했다.
제작자는 수많은 암, 당뇨 센터들을 방문하고 전화하고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식단과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그들은 일제히 거절의사를 표현하고 가공육이 발암물질인데 어째서 암센터 홈페이지에는 가공육을 이용한 식단을 ㅊ천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들을 보며 축산업과 가공육시장이라는 거대한 산업과 그들의 돈으로 굴러가는 단체와 센터, 기업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일전에 그레타 툰베리의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닌데 왜 그 책임은 젊은이들에게 돌리는 건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이자 다음번에 소개하게 될 집단 착각이라는 책의 내용처럼 특히 온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집단 선동과 같은 행위들은 나를 위해 선택하는 나의 올바른 선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유별나게 군다는 이유로 이상한 눈초리를 받고 소외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당뇨를 일으키고 암을 발생시키게 하고 수많은 혈관질환들을 일으키는 문제는 바로 바로 지방덩어리의 고기들인데 아무리 고기는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은 꼭 섭취해야 되요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 단백질이 아까 말한 것처럼 각종 화학물질과 GMO식품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이라면? 내가 먹는 단백질이 내 몸을 위해 올바른 선택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큐 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분 중 심폐 예방 의학 프로그램 클리블랜드 임상 연구소의 닥터가 그럼 소, 돼지보단 닭이 나은가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에 대답하시는데 정말 크게 웃었다.
"총에 맞아 죽느냐, 목매달려 죽느냐의 차이 정도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닭들은 조리되기 이전에 이미 나트륨을 맞은 상태이다. 돼지농장과 소농장에서는 병들거나 더이상 생산이 불가능해 죽은 사체들을 갈아 소시지를 만들고 베이컨을 만든다. 농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슬프게도 이 농장들은 빈민층들의 주거지 근처에 있다. 죽은 돼지의 사체보다 더 지독한 살충제를 그들의 집 앞에서 뿌려대고 심지어 그들의 가족장례식이 진행 중인 상황에도 지독한 냄새의 살충제는 계속 분사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관심이 없다. 국민이 아닌 기업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
탄수화물이 받는 오해가 제일 가장 마음이 아픈데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바게트는 죄가 없지만 크림빵은 죄가 있다. 식빵반죽을 만들어 본적이 있는가? 나는 베이커리에서 반죽관리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먹는 기본 식빵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계란과 설탕이 들어가는지 아마 모를 거다. 근데 우리는 거기에 또 버터를 발라먹고 각종가공육과 계란을 또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먹는다.
미국 당뇨 협회와 인터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식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거의 뭐 발작버튼 누른것 처럼 반응하다가 결국 너랑 인터뷰할 시간 없음을 시전하고 인터뷰가 중단되는데 바로 이 미국당뇨협회의 후원사들은 각종 가공육과 유제품회사들이다. 이쯤 되니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사님들과 닥터들이 놀라울 따름이다.
Skinny Bitch라는 채식관련 책에 나오는 부분인데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문장이 있다. 내가 먹는게 나를 만든다는 말. 지구 반대편의 굶어 죽는 아이들, 저소득층의 흑인과 히스패닉계들이 사는 지역 근처에 농장을 짓는 축산업계와 육류업계를 생각하자까 지는 바라지 않는다. 인권문제를 얘기하고 윤리적인 얘기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를 위해, 적어도 내 몸을 위해 내가 먹는 게 뭔지 생각하고 먹을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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