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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느낀거

[북리뷰]수치심 권하는 사회 - 브레네 브라운

by Matomato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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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브레네 브라운

  지난 번 상담 때 담당선생님께서 학회세미나에서 수치심을 주제로 하는데 몇몇 환자들이 생각났다고 하셨다. 그 중 하나가 나라고 하셨다. 선생님과 나는 영화나 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첫 상담 때도 선생님이 뜬금없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하셔서 이런 선생님 처음이야..! 뭐지 했는데 그 때 그 영화가 바로 Good Will Hunting이었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장면은 바로 그 아주 유명한 장면인 부정하는 윌을 향해 "It's not your fault.."를 끊임없이 외쳐주는 교수님. 그 한마디가 뭐라고 눈물이 빵 터져버렸었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을 그 말. 

  내 인생은 매번 도돌이표를 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바탕에는 항상 수치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 수치심을 극복하는지 내가 그 수치심에 사로잡혀 땅굴을 파는지가 주기적으로 항상 매번 일어나는데 이 책에서도 다루는 내용 중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한다. 

 죄책감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동기인 반면 수치심은 더 나쁜 행동을 부추기거나 아예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 수도 있다.

 10대시절의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게 죄책감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치심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그로 인해 내 성격과 자아에 미치게 되는 영향들은 늘 나를 괜찮은 척하는 아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만들었던 것 같다. TV조차 내맘대로 볼 수 없어 우리집에서 TV를 몰래 보며 현관문 도어락 소리에 신경이 온통 쏠려 있던 아이, 100점을 받아도 상장을 받아도 반장이 되어도 욕만 먹던 아이라서 혼나는게 너무 싫어 혼날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는 아이로 자라버렸다. 

 당연히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평화주의자처럼 모두에게 맞춰주고 잘 웃고 화도 안내고 내가 소리내도 되는 상황에서 조차 속으로 삼키고 괜찮은 척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치심은 수치심을 낳는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진짜 나'를 숨기고 희생하면 자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위험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수치심 또는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은 '진짜 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남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고, 말을 해야할 때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 결과, 솔직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숨기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또다시 수치심에 빠져들게 된다.

늘 내가 빠져드는 상황은 같은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든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사회의 무리에 어울려 잘 지내보려고 애를 쓰기 위해 맞춰주고 베실베실 웃고 있다 보면 그렇게 잘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어느새 나는 만만한 사람이 되어있거나 쟤는 뭐라고 해도 괜찮으니까가 되어있을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나는 속으로 삭히다가 어쩌라고 ㅅㅂ모드에 들어가게 된다. 

 항상 나의 목표는 이번에는 잘 지내보자이지만 그게 참 어렵다. 때로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아야 할 말이 있고 때로는 소리를 낼 줄도 알아야되는거라고 하는데 그걸 잘 모르겠다. 특히나 혹시나 내가 이걸 말해서 기분이 나쁘면 어떡하지,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화나면 어떡하지, 나를 나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등등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결국 목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버리는 내가 참 밉다. 그럴때일 수록 어쩌라고가 되어야하는데 말이다. MBTI를 맹신하진 않지만 괜히 내 MBTI에 단체생활을 하는 사회활동영역의 직업추천이 없는게 아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브레네 브라운의 강의를 본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말 많은 동네아줌마같은 스타일이셨다. 책에서도 그게 잔뜩 느껴지는데 굉장히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책이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사례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굉장히 많은 스킵을 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수치심 분야의 대가로써 그 부분에 있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아주 좋았다. 스스로 땅굴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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