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자일리톨부터 떠오르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자일리톨이 휘바휘바하고 광고했을 뿐이다. 참고로 휘바는 핀란드어로 '좋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왕국의 일부였다가 19세기에 러시아제국의 핀란드대공국이 되었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이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국가들 중 하나로 날씨 한번 더럽게 추운 걸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날씨에 관련된 농담이 아주 많다고 한다. 핀란드는 핀란드어로 'Suomi'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호수의 나라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날씨에 대한 농담 중 호수가 어는 날씨가 되면 핀란드인들은 호수가 좀 걸쭉해졌네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나 또한 이사하는 철이 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주곤 한다. 진짜 무슨 물건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도 마찬가지지만 쉽게 쓰고 쉽게 버리고 있는 물건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안 쓰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마는 일회용품들, 나 하나가 쓰고 버리는 양만 해도 가늠할 수가 없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지만 여기서 말하지만 그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한 국가들이 존재한다. 2018년 이전에는 주로 중국이 세계의 재활용쓰레기들을 처리해 왔지만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쓰레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면서 주변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쓰레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수입한다니 말하고 봐도 이상하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의 이미지는 선진국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조금 다르다. 다른 북유럽국가들과 달리 왕정국가도 아니였을 뿐더러 거의 한 세기 가까이 러시아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달라도 조금 많이 다르다. 핀란드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하게 된 하나의 국가라고 했는데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나라들은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전통과 권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기능성을 앞세운 간결함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이 유행을 휩쓰는데 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핀란드를 디자인강국으로 끌어올리는데도 한몫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하지만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핀란드는 경제 발전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풍요과 풍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급기야 극심한 경기 침체로 1990년대 초에는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배식을 했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런 핀란드에서 중고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필자가 물었을 때 많은 핀란드 사람들은 "글쎄, 우리가 어렵게 자라서 그래. 돈이 별로 없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중고가게로 갔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였다. 심지어 필자가 인터뷰한 사람 중 한 명은 70년대에 자란 자기에게 중고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아 돈이 없어서 남의 것을 물려 입는다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친구들 사이에서 부끄러워서 중고를 입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어렵게 자라온 대한민국의 60년대의 부모님을 가진 나로서도 우리 엄마는 내가 구제를 입는 걸 정말 싫어했다).
1980년대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환경문제들로 인해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사가 쏠리기 시작했다. '재사용운동'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무료로 물건을 나누고 기부하고 교환하는 활동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행사로 만들고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운영하기 위한 안정적인 자금과 공간의 조성이 필요했던 그때 핀란드의 환경부가 초기 사업 비용을 지원하며 시작을 알렸다.
1990년 10월, 뀔라사리에 재사용 센터가 대중에 첫 문을 열면서 행정 단체가 직접적으로 단단한 기반 시설을 갖추어 지원을 하는 시설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곳은 이전에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재사용센터로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다. 재사용센터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선과 수리, 환경문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취약계층을 적극 고용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또한 유럽에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유럽전역에 퍼지게 된 리페어카페라는 것이 있는데 이미 소유한 물건을 고쳐쓰고 불필요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로 핀란드는 헬싱키에서 매년 트래쉬 랩 Trash Lab이 열린다고 한다. 단순히 우리가 물건을 수리한다는 의미가 아닌 그 너머에 우리가 물건에 애착을 갖고 아껴 쓰게 하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좋은 바람으로 생각하자면 우리나라에도 어느샌가 당근마켓이 활발해지면서 사람들간의 나눔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편이다.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어서 핀란드가 너무 부러웠다. 단순히 핀란드 부러워라는 의미가 아닌 물건의 가치, 재사용과 재활용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빈티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면 지구를 좀 사랑한다면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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