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시청에 도서관이 예쁘다길래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우연히도 책이 너무 예뻐서(?) 읽어본 책이다. 예쁜 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굉장히 알차고 요즘 관심사에도 맞닿아 있어서 흥미로웠다. 향수라던가 아로마세러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에 그 원료들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단순히 향기만 얘기하고자 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표현일 수도 있다.
책의 구절 중에
"신은 향기를 창조했다. 그리고 인간은 향수를 만들었다. 맨몸의 연약한 인간에게는 자신을 꾸며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수는 향기와 인간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다른 예로 향수라는 제목의 책과 영화가 있는데 주인공이 여성들을 죽여서 그들로부터 얻어낸 채취로 만든 향수에 그의 처형대앞에 모인 사람 모두가 취해 그를 신격화하고 더 나아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향기에 취해 정사를 나누는 사이에 주인공은 유유히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향기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굉장히 강렬하다.
나는 사실 향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서 어린 시절에는 향수냄새, 화장품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고 가끔은 식탁위의 반찬냄새조차 참을 수 없었다. 그랬던 나에게 향에 대한 이미지를 새로 심어준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향기로운 남자였다. 당시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중 지나간 자리에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풍길정도로 향이 진한 사람이었는데 거북하지 않았다. 땀냄새와 남자들 특유의 체취보다 훨씬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어느새 향은 우리 주위에 만연하게 되어버렸다. 요즘은 각종 향수브랜드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향수브랜드에서도 단순히 향수뿐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어우러질 수 있는 캔들이나 인센스같은 프래그런스 제품들, 그리고 스킨케어나 바디케어 제품에도 그 향을 넣어서 판매하고 있다. 책 속에서는 수많은 자연의 것으로부터 온 향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에센셜오일을 추출해 내는 데는 굉장히 방대한 양의 원재료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 필요한 경우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대에 추출해야 그 향을 담아낼 수 있는 꽃들도 있고(선인장 꽃은 마치 시계처럼 향을 내뿜는데 특히 자정에 가장 강한 향을 내뿜는다. 장미꽃과 플루메리아는 낮에 햇빛을 받아야 향을 뿜어낸다. 아이리스는 저녁에 피어냐 향기를 내는 꽃이다. 스페인재스민은 이른 아침 새벽에 좋은 향을 풍긴다.) 뿌리나 씨앗에서 얻어지는 향, 꽃잎에 사 얻어지는 향, 혹은 제비꽃의 향을 내기 위해서는 오이껍질을 이용한다던가 하는 방식들이 있는데 알다시피 지구가 아프다. 우리가 먹을 식량도 줄어들고 재배할 땅도 부족하다. 당연히 향수의 원재료들을 추출하는데도 예전 같지 않다.
덕분에 향수산업은 화학산업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향수의 변질을 막기위해 사용하는 포마드콘크리트를 만들 때 실제로 비계를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지방산에스테르와 같은 화학물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미모사 추출물은 수증기 증류로는 추출되지 않는데 20세기 무렵 휘발성 용매제를 사용한 추출법이 생기면서 미모사 앱설루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20세기에 페닐에틸알코올이 발명되었는데 현존하는 수천 가지 종류의 장미 중에서 실제로 향수에 재료로 사용되는 장미는 서양장미와 다마스크장미뿐인데 페닐에틸알코올이 바로 수백 가지 재료로 장미향을 만들다가 발견한 합성물질이다. 앞으로 더 많은 향들이 향에 들어있는 성분을 찾아내 대체 가능한 화학성분들로 바뀌게 될거라고 예상한다.
책의 구절 중에 이탈리아어로 Sentire라는 단어는 '듣다'와 '느끼다'라는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듣다와 느끼다는 단어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는 구절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단순히 듣는 행위만으로는 인지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걸 느끼는 과정에서 인식하고 인지하고 대화에서 관계라는 게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서구의 교육방식에 대해서 이 부분이 어쩌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획일화된 교육방식 속에 갇혀 정답 찾기만을 하고 정답을 찾는 교육방식만을 배워나가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잘 알려진 대로 서술형이 기본인지라 본인의 감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사람이 정말로 사고하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한다는 점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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