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무교다. 나도 나를 못 믿는데 누굴믿나라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강했던 거 같다. 요즘은 어쩐지 주변에서 불교라고 말하는 지인들보다는 교회나 성당을 다닌다고 하는 지인들과 세례명이 있는 친구들이 더 많지만 불교라는 우리나라사람이라면 종교를 떠나서 문화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교회보다는 절에 가서 받게 되는 마음의 안정(?)이 큰 거 같다.
사담이 길어졌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동양인도 아닌 서양인, 무려 스웨덴의 스님이 쓴 불교서적이다. 불교서적이라기 보단 외국인스님의 불교문화, 스님이 되어가는 이야기와 과정들,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어떻게 스님이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저자가 스님이 되기로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현대인의 삶을 담고 있어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너무나도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번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마음 챙김, 명상과 같은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다.
저자는 20대 당시 회사를 다니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한 직장인이었다.
당시 저는 다른 제 또래 젊은이들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이 뭔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어설픈 대로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때로는 관심이 없는 일에도 관심이 있는 시늉을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16년 동안 온갖 교육을 받았는데, 삶이 힘들 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운건 하나도 없다니!
너무나도 요즘 젊은사람들이 할 법한 생각이 아닐까? 우리 부모님의 세대와는 달리 요즘의 젊은 경제인구들에게 사회는 너무 각박하고 힘든 거 같다. 학창 시절에 장래희망에 적던 갖가지 직업들이 있지만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말처럼 내가 꿈꾸는 내 인생은 뭘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참 많다. 우리가 보기에 선진국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조차 삶에 대해 고민하는데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때리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마음을 정하는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처럼 저자 또한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사회를 뛰쳐나와 태국 북부에 있는 어느 사원의 한 달짜리 명상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나흘 만에 사원에서 뛰쳐나왔다. 치앙마이의 시내에서 포도주를 한병 시켜놓고 앉아 언젠가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하며 다시 돌아갔다. 물론 중간에 두 번이나 더 포기했지만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 스웨덴으로 돌아와서도 명상을 계속해 나갔다.
우리는 생각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그 생각이 어떤 양상을 취할지도 통제하지 못하지요. 다만 어떤 생각은 더 오래 품으며 고취할 수 있고, 어떤 생각에는 최대한 작은 공간만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생각에는 최대한 작은 공간만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떄론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는지에 따라 나아가는 길이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생각에 포커스를 잡을지 정하는 게 중요하기도 하다. 비관적이고 나를 깔아뭉개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혼자 땅을 파고 들어가게 돼버리기도 한다. 스토리의 전개상 아직 스님도 되지 않은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다음장 다음장을 계속 넘기게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느날 갑자기 숲 속승려가 되겠다고 말하는 아들을 받아들여주신 부모님이 정말 멋졌다. 나는 안타깝게도 나의 인생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주고 함께 얘기해 주는 부모님은 아니었던지라 참으로 부러웠다.
1992년 왓파나나찻이라는 국제 숲 속 사원으로 향했다. 사흘 뒤 머리를 깎는 삭발식을 치르고 이름이 아닌 승명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아잔 파사노 스님으로부터 '지혜롭게 성장하는 자'라는 의미의 나티코라는 승명을 받았다. 승명은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제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게 해주는 것이다. '무소유'의 삶을 위한 이름.
처음에는 사미승으로 시작하여 1년이 지나면 정식승려가 되며 더욱 엄격한 계율에 따라 살기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서양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사회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사람의 가치는 참으로 보잘 것 없어진다. 나를 하나의 사람으로 대해주는 곳을 찾기는 참 어렵다. 나는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고 나는 급여로 계산되는 인건비에 해당될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특히나 내가 여성이라 그럴까 여자들의 사회는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보다는 눈치를 잘 보고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사람이 승자다. 고로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있어서 겉도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인간의 가치와 재주는 높은 지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우리 머릿속에 한계가 없는 지성이 존재하며, 우리는 거기 더 깊이 의지할수록 더욱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서구의 영역에서 지적능력에 비교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적능력보다는 소위말하는 비위를 잘 맞춰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아닐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고 뭐든 한번 꼬아서 듣고 꼬아서 해석하는 여자들의 사회는 참 힘들다.
우리는 해변에 쓸려온 자갈과 같다네. 처음엔 거칠고 들쭉날쭉하지. 그런데 삶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온다네. 우리가 그곳에 머물며 다른 자갈들 사이에서 거칠게 밀치고 비비다 보면, 날카로운 모서리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닳게 된다네. 결국 둥글고 매끄러워지지. 그러면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게 될 걸세.
주지스님께서 다른 이를 대할 때 이런식으로 생각하라며 숲 속승려들에게 해준 말이다.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긴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거칠고 들쭉날쭉한 사람인가 보다. 아닌 걸 알아도 부당한 걸 알아도 받아들이고 참고 업계의 문화에 맞출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도 깎여가는 과정이고 빛나게 되는 과정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참 보기 드문 사실이 되어버렸지만 태국과 같은 국민의 99%가 불교인 국가에서는 승려들이 공양을 나서는 일이 당연하고 사람들이 승려에게 공양을 바치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기차를 타야하는 상황에서도 승려를 돕기 위해 기차표를 끊어주는 시민을 만나기도 하고 걸어서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승려에게 차를 태워주겠다며 손을 내미는 시민들을 보며 그들이 승려를 대하는 태도가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식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한다.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 앞에서 겸손하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매달리면, 어떤 경험이나 배움도 우리에게 스며들 수 없게 되어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더 높은 지혜에 도달하고 싶다면, 신념과 확신을 살짝 내려놓고 우리가 실은 그다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합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 모른다는 점을 알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좀체 없습니다.
중간중간 너무나 머리를 때리는 말을 참 많이 해주시는지라 하나하나 새겨가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얼마나 교만한 사람이 많으며 아는 채하기에 바쁜 사람들과 마주해 왔는지, 또는 내가 그러지 않았는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어쩌면 나도 사실은 잘 알지 못하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남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때로는 그 사실을 놓치거나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중 대다수는 거의 언제나 이로운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요.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삶은 달라집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도 안돼. 나는 오늘도 눈을 뜨고 4시간은 더 침대에 누워있었는걸? 싶지만 그 또한 삶을 붙잡고 지친 나를 달래는 시간이었을까. 나는 밖에서 특히 공적으로 굉장히 긴장을 하고 일하는 편인지라 집에 오면 바로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타입이다. 나는 나를 스스로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누구보다 나에게 모진 사람이지만 어째선지 밖에서 나를 보는 평가들은 내가 꼼꼼한 사람이고 늘 침착하고 완벽주의자성향이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가 삐걱삐걱 거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만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나는 직장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까. 그래서 내 일상을 챙길 기력이 없는 걸까.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아주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이렇게 모진 걸까?
사담은 이쯤 하고 저자이자 나티코승려는 17년이라는 세월을 불교에 귀속하다가 처음에 그의 머리를 두드렸던 생각처럼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그를 두드렸다. 스웨덴으로 돌아온 그는 갑작스러운 속세와의 만남에 실제로 우울증을 겪기도 했고 칩거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그는 친절한 주변의 도움으로 친구의 별장에서 머물기도 하며 속세에서 그가 일어설 방법을 다시 찾아나가기 시작헀다. 명상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며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남은 여생을 함께할 반려자도 함께 했다.
어쩌면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삐걱삐걱 대며 어떻게든 힘을 내고 있는 그대들에게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주라고, 나에게도 조금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자고 그대는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읽고보고느낀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리뷰] 향수가 된 식물들 - 장 클로드 엘레나 (0) | 2024.08.01 |
---|---|
[다큐리뷰]Hack your health, the secrets of gut (0) | 2024.07.25 |
[다큐리뷰] What the health, You are what you eat (2) | 2024.07.22 |
[북리뷰]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1) | 2024.07.05 |
[북리뷰]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 박현선 (1) | 2024.07.03 |